[M+인터뷰①] ‘질투의 화신’ 김정현은 ‘치열’ 그 자체였다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을 통해 발견한 ‘블루칩’이 있다면? 단연 ‘표나리 동생’ 김정현을 꼽을 것이다. 그는 ‘고딩 3인방’의 가운데에서 중심을 잡으면서도 표나리(공효진 분)의 에피소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런 표치열 역을 맡았던 김정현, 그의 드라마 데뷔작은 그야말로 ‘치열’ 그 자체였다.
지난 10일 종영한 ‘질투의 화신’은 질투라곤 몰랐던 마초 기자 이화신(조정석 분)과 재벌남 고정원(고경표 분)이 생계형 기상캐스터 표나리를 만나 질투로 스타일 망가져 가며 애정을 구걸하는 양다리 로맨스다. 소위 ‘병맛 가득한’ 로맨틱 코미디로 신선함을 자아내며 많은 화제를 끌었던 작품. 김정현은 “제가 그런 ‘질투의 화신’에서 드라마 데뷔를 할 수 있어서 행운아였다”고 말했다.
“첫 드라마여서 긴장도 되고, 기대도 많이 됐다. 공효진 누나의 남동생이라는 것이 기대가 됐다.(웃음) 현장 분위기가 워낙 좋았는데 그 속에 제가 있어서 감사했고, 많은 분들이 보는 드라마에 참여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거기에다가 신인임에 비해서 비중도 많았다. 정말 감사한 일 투성이였다.”
김정현은 “오디션 날이 생생하게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그가 데뷔한 영화 ‘초인’을 본 조연출의 추천으로 오디션을 보게 됐는데, 하필 표치열의 바지를 벗고 팬티를 내보이는 장면을 준비해야 했다고. 그 오디션에 준비해갔던 팬티가 그대로 첫 촬영에 활용됐다고 하니, 그의 준비성이 짐작되는 대목이었다.
“정말 준비를 많이 해서 갔다. 하지만 정작 당일 날에는 준비한 만큼 못해서 아쉬웠다. 감독님께 ‘한 번 더 기회를 달라’고 했고, 그런 제게 감독님은 한 번 더 해보라고 했다. 끝에는 ‘이제 아쉽지 않겠냐’고 묻더라. 오디션에서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는 건 ‘최대의 배려’인데, 그걸 받은 제가 떨어진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랬는데 붙었다.(웃음) 나중에 감독님께서 ‘그냥 너가 하면 될 것 같았어. 치열이 같았어’라고 말해주셨다. ‘치열이 같다’는 말, 제겐 최고의 칭찬 아니겠나.”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다면 종영을 한 후 돌아본 ‘치열’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말이다. 그에게서 “제가 연기하는 게 ‘치열’이다. 그렇게 믿고 가는 거다”라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너무 패기만만한 것 아니냐고 장난스레 묻자 김정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대범하다, 혹은 건방지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지만, 배우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했든, 못했든 제가 바로 치열이다. 그런 소신을 가지고 했다. 신인배우도 배우니까 자신의 역할이 있고, 그 ‘부품’이 있어야 ‘시계’가 돌아가는 법 아니겠나. 내가 바로 그 역할 자체라는 소신을 가지고 하는 게 배우로서 당연히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한다. 저 스스로 ‘출연료라는 걸 받고 작품에 임하는 배우로서 소신이 없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나중에 매를 맞든, 혼나든 해도 좋으니 일단 연기를 할 때만큼은 그 소신을 지키며 해나가려고 한다.”
자신의 소신 대로 ‘표치열’ 그 자체가 됐던 김정현. 그는 ‘질투의 화신’을 통해 TV에서만 보던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만났다. 김정현은 “어려울 줄 알았는데 선배님들께서 먼저 편하게 해주셨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현장’을 배운 현장이었다. 선배님들과 동료들, 스태프들을 만나고 좋은 관계를 맺는 방법을 눈으로, 몸으로 그는 배웠다.
“감독님께서도 많이 안아주셨고, 카메라 감독님도 ‘이건 돈 받고도 안 알려주는 건데’ 농담하시면서 여러 팁을 주셨다. 이성재, 이미숙, 권해효 선배님 등 정말 어려울 것만 같던 선배님들도 한결같이 편안하게 대해주셨다. 제가 지레 겁먹었구나 싶더라. 다양한 연령대의 선배님들을 보니 ‘나도 저 때에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정말 본받고 싶은 선배님들이었다.”
표치열의 누나로 나왔던 공효진은 김정현에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작품으로만 뵈었는데 그 남동생 역이라니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고. 김정현은 선배님들을 챙기고, 후배들에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그 둘의 사이를 잇는 역할을 완벽하게 한 공효진을 향해 ‘최고’였다며 감탄했다.
“공효진 누나가 정말 편하게 해주셨다.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이었고, ‘나이스’한 분이었다. 제가 신인인데 후배로 보지 않고 동료처럼 대해주셨고, 먼저 ‘누나라 부르라’며 편히 다가가도록 만들어주셨다. 연기를 할 때에도 본인의 의견을 피력하기보다 ‘치열이 넌 어떻게 생각하니?’라고 물어봐주시면서 호흡을 ‘맞춰가는’ 분위기를 만들어주셨다. 신인인 제게는 정말 감사한 배려였다.”
김정현은 함께 ‘고딩 3인방’으로 나온 안우연, 문가영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셋이 정말 친한 ‘친구’가 됐다고. 특히 사투리를 쓰는 오대구 역을 맡았던 안우연은 부산 출신인 자신에게 사투리를 물어보기도 하며 서로 의지했단다. 거기에 동갑인 고경표, 박환희를 보면서도 “의연하게 연기하는 모습 보면서 자극이 많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정현에게 ‘질투의 화신’은 ‘표치열’ 그 자체였고, 몸으로, 마음으로 현장을 익히고 배우는 ‘치열한 현장’이었다. 그런 ‘질투의 화신’에 김정현은 “앞으로 연기하는 것의 지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기분 좋게, 단단한 초석을 다진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原址：https://star.mbn.co.kr/view.php?no=800741&year=2016&refer=portal